NH농협은행, 미얀마에 해외법인 1호 진출…“농협 강점 살린다”

아시아투데이 윤서영 기자 = NH농협은행이 미얀마 정부로부터 첫 해외법인 설립 인가를 받은 가운데 금융 외에도 타 계열사들의 동반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

농협은행은 다른 은행과 달리 ‘농업금융’에 강한 만큼, 소득수준이 낮아 농기계 보급률이 저조한 미얀마 농민들에게 값비싼 농기계를 낮은 금리로 대여해주는 ‘할부금융’ 방식으로 진출할 예정이다. 이미 중고 농기계 수출을 취급하는 농협중앙회는 물론 금융지주 등 전 계열사의 역량을 동원해 해외진출 영역을 넓혀간다는 계획이다.

특히 이번 농기계 대출을 통한 사업 전략 뒤에는 농협지주 부사장 시절부터 미얀마 시장의 중요성을 인식, 전략적으로 관리해왔던 이경섭 행장의 아이디어도 한몫한 것으로 전해져 눈길을 끈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은행은 미얀마 정부로부터 1호 해외법인인 ‘농협파이낸스미얀마’의 소액대출법인(MFI)설립 승인을 받고 내달부터 본격적인 영업에 나선다.

현재 농협은행에서는 법인장 내정자와 부법인장이 각각 1명씩 현지에 나가 본점 공사 및 법인 개설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법인장 내정자인 김종희씨는 본점 자금부에서 해외자금업무를 맡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농협은행은 미얀마법인에 현지직원을 약 30명 채용할 예정이며, 본점에서도 2명 정도 더 파견한다.

농협은행에 따르면 미얀마 MFI법상 소액신용대출은 가능하지만 할부금융(리스)은 허용되지 않는다. 그러나 미얀마 정부가 유일하게 리스할 수 있도록 허용한 품목이 농기계 부문이다. 이에 농협은행은 미얀마의 농촌지역을 중심으로 농기계 할부금융을 취급할 방침이다.

농기계 할부금융에는 농협은행뿐 아니라 중앙회와 금융지주 등 농협의 전 계열사들이 동원된다. 이미 중앙회는 중고 농기계 은행 사업을 하고 있다. 노후한 농기계를 미얀마나 베트남 등 각국의 농업 여건에 맞게 수리해 되파는 식이다. 특히 미얀마는 농기계 보급율이 낮은 만큼, 앞으로 농협은행에서 농기계를 할부로 대출받아 이용할 수 있을 전망이다.

농협은행의 미얀마 진출 뒤에는 한국국제협력단(코이카)와 농어촌공사도 든든한 지원군이 돼 줬다. 코이카는 현재 미얀마의 100여곳 지역에서 새마을운동을 시범운용 중이며 해당 지역의 농지 정리를 무상으로 개발·원조해주고 있다. 코이카와 농어촌공사가 정리한 농지에 농협은행이 농기계를 전파하고 이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할부금융을 내주는 식이다.

특히 이번 미얀마 진출에는 이 행장의 아이디어도 크게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행장은 농협금융 부사장 시절부터 미얀마 시장 진출을 진두지휘한 바 있다. 이 행장은 농협은 다른 은행과 달리 금융지주와 유통·경제사업, 중앙회도 함께 있기 때문에 단순히 금융업 진출만이 아닌 전 계열사가 동반진출해 시너지를 낼 것을 주문했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이번 미얀마 사업 아이템도 이 행장이 아이디어를 많이 제공했다”며 “이 행장이 늘 강조한 ‘농협이 제일 잘하는 일’로써 미얀마 시장에 진출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농협은행은 내달부터 본격적으로 미얀마 시장에서 소액대출 관련 영업을 펼친다. 현재 진출한 국내은행들은 월평균 2.5% 금리로 취급하는데 농협은행은 농기계할부금융에 대해서는 좀 더 낮은 금리를 제공할 방침이다.

한편 농협은행 외에도 KB국민은행과 IBK기업은행 등 최근 국내 은행들이 미얀마에 소액대출업으로 잇따라 진출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국내 은행이 미얀마에서 지점 형태로 진출하기는 어렵고, 현지 은행 인수도 법적으로 금지돼 있다. 현재까지 미얀마 정부로부터 지점을 승인받아 진출한 곳은 신한은행이 유일하다. 단, 소액대출법인으로 미얀마 시장으로 진출할 경우에는 외국인 100% 지분 소유가 가능하기 때문에 국내 은행들이 소액대출법인 형태로 진출하는 방안을 준비 하고 있는 것이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이미 미얀마 시장에 국내 은행들이 진출한 만큼, 농협은행만의 강점과 특수성을 살려 생존할 수 있을 것”이라며 “농협은행은 수익성만이 아닌 미얀마 현지인들에게 저금리 대출과 농업 수출 등으로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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